이상 없던 내 몸, 대장내시경에서 발견된 ‘용종’
“요즘 속은 괜찮아?”, “변비는 없지?”, “혈변은 본 적 없어?”
이런 질문을 누가 내게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전혀 문제없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나는 평소 배변 습관이 규칙적이고, 배가 아픈 적도 거의 없었다. 잦은 설사나 변비, 복통 같은 소화기 증상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왔다.
회사 건강검진에서 대장내시경을 받을 기회가 생겼을 때도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내시경은 50세 이상부터 받는 거라 들었고, 나는 아직 30대 중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에 조기 용종 발견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볍게 ‘한 번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예약을 했다.
하루 전날 장을 비우기 위해 금식하고 약을 복용하는 과정이 조금 고통스러웠지만, 검사 자체는 수면내시경이라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검사 후 회복실에서 들은 의사의 말이었다.
“대장 안에 용종이 2개 발견되어 제거했습니다. 조직검사 의뢰했고, 일주일 뒤 결과 확인하러 오세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무런 증상도 없었는데, 왜 내게서 용종이 발견된 걸까?
대장 용종은 왜 생기며, 얼마나 위험한가?
대장 용종은 대장의 안쪽 벽에 자라는 혹과 같은 조직이다. 대부분은 양성이지만, 특정 종류의 용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의사는 내게 발견된 용종이 **선종성 용종(adenomatous polyp)**이며, 조직학적으로는 암 전단계일 수 있는 소견이라고 설명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용종은 대부분 무증상이라는 점이었다.
변비도 없고, 설사도 없고, 복통도 없고, 혈변도 없는데도 말이다.
이런 **‘무증상 질병’**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발견이 늦어지고, 대장암으로 진단받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의사는 덧붙였다.
“대장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40세 이상이면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식습관이 좋지 않은 경우는 더더욱요.”
나는 가족 중 대장암 이력이 없었고, 식습관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하루 8시간 이상 앉아있는 사무직이고,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육류와 가공식품 섭취도 생각보다 잦았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겹쳐 대장 용종이 생겼다는 설명이었다.

용종 제거 후,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다
검사 후 조직검사 결과는 **‘저등급 이형성 선종’**으로, 다행히 암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는 용종 재발 가능성이 있으며, 3~5년 내 재검진을 권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깨달았다. 이건 한 번의 검사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태라는 사실을.
대장 용종 발견 이후, 나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식단을 점검했다. 가공육(햄, 소시지), 붉은 육류(소고기, 돼지고기), 튀긴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단을 실천했다. 하루 물 섭취량도 2리터 이상으로 늘렸고, 배변 리듬도 자연스럽게 안정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운동 습관이었다. 매일 아침 30분 걷기를 실천했고,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알람을 설정해 일어서서 움직이는 습관도 들였다. 운동을 하면서 전반적인 소화 기능도 좋아졌고, 스트레스도 줄어드는 걸 느꼈다.
세 번째는 마인드 변화다. 나는 이전까지 건강을 ‘아프지 않은 상태’로만 정의했다. 하지만 무증상 상태에서 진행되는 질병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된 이후, 나는 ‘보이지 않는 신호를 먼저 읽는 것’이 진짜 건강관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증상 질병의 무서움, 조기검진만이 답이다
대장 용종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시경 검사를 권유하고 있다. 특히 “난 괜찮아. 속 안 아픈데 무슨 검사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예전의 내가 떠오른다. 내가 받은 진단이 몇 년만 늦어졌다면, 용종이 암으로 발전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무증상 질병은 조용히 진행되지만, 결과는 결코 조용하지 않다.
지금 아무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대장 용종, 그리고 더 무서운 대장암은 예방과 조기 발견이 최선의 전략이다.
나는 앞으로도 2~3년 간격으로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을 받을 것이고, 현재 상태를 점검하면서 건강한 식생활을 꾸준히 실천할 것이다.
내시경 한 번이 내 삶을 바꿨고, 어쩌면 미래의 나를 살렸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다.
이 글을 통해 무증상 질병의 대표적인 사례인 대장 용종에 대해 경각심을 느끼셨길 바란다.
당신의 건강은 지금도 몸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경고하고 있을 수 있다.
정기검진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대장 용종이 생기는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요?
운동 부족, 육류 위주 식습관, 가공식품 섭취, 음주,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Q2. 대장 용종은 모두 암으로 발전하나요?
아닙니다. 대부분은 양성이지만, 선종성 용종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기 제거가 중요합니다.
Q3. 증상이 없어도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하나요?
예. 특히 40세 이상 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무증상이라도 3~5년 주기로 검사를 권장합니다.
Q4. 용종 제거 후에는 어떻게 관리하나요?
식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 정기검진이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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