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질병

피로가 누적된 줄 알았던 수면무호흡증 진단기 – 무증상 질병의 진짜 얼굴

cherish-info 2025. 7. 18. 14:44

"그냥 피곤한 줄 알았다"는 말이 반복될 때

나는 그저 ‘요즘 일이 많아서 피곤한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루에 평균 6시간 정도 자고, 업무 강도도 세지 않았고, 운동도 가끔은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 낮에 자꾸 졸고 멍한 상태가 된다
  • 회의 중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 아침에 두통이 있다
  • 잔 것 같은데 피로는 쌓여간다

이 모든 현상을 나는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 누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내 몸은 매일 밤, 호흡을 멈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코골이, 피로, 두통… 단순 증상이 아니었다

어느 날, 남편이 내게 말했다.
“자다가 숨 멈춘 거 알아? 갑자기 숨을 안 쉬더니 ‘컥’ 하면서 숨 쉬더라.”
이 말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다. 나는 그저 코를 조금 곤다고 생각했지, ‘호흡이 멈춘다’는 건 상상하지 못했다.

다음날부터 나는 스마트워치에 있는 수면 측정 기능을 활용해 수면 패턴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수면 중 '깊은 수면' 비율이 20%도 되지 않았고, 심박수가 급상승하는 구간이 반복적으로 기록되었다.

심지어 새벽에 심장 두근거림으로 깼던 기억, 자다 식은땀을 흘렸던 경험들이 모두 ‘수면무호흡증’의 전형적인 신호들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나는 결국 이비인후과를 통해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를 받기로 했다.

 

수면다원검사 결과, 내 몸은 매일 밤 고통받고 있었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1박 2일 동안 진행된다. 센서를 붙이고 수면 중의 호흡, 뇌파, 심박수, 근육의 움직임 등을 측정하는 검사다.
검사 전까지만 해도 "설마 내가 수면무호흡증일까?"라는 반신반의가 있었지만, 결과는 내 예상을 뒤엎었다.

수면 중 1시간당 평균 무호흡·저호흡 발생 횟수: 23회
의사의 말에 따르면, 15회 이상이면 중등도 이상이며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이미 ‘중등도 수면무호흡증’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최장 무호흡 시간은 47초.
즉, 내 몸은 자는 동안 40초 넘게 숨을 쉬지 않는 순간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산소포화도가 85% 이하로 떨어지는 구간도 있었고, 이는 장기적인 심혈관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수치였다.

의사는 말했다.
“이걸 오래 방치하면 고혈압, 부정맥, 심근경색, 뇌졸중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특히 젊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피로 누적이 아니라, 무증상 질병 중 하나인 수면무호흡증의 명확한 결과라는 것을.

 

치료와 관리, 어떻게 시작했는가?

의사는 CPAP(양압기) 치료를 제안했다.
양압기는 수면 중 기도를 열어 호흡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장비다.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 “내가 기계 없이 자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기계를 필요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압기 사용 첫날 밤은 낯설었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 이상하게 아침이 달라졌다. 눈이 또렷하게 떠졌고, 하루 종일 졸리지 않았다. 점점 몸에 활력이 돌아왔다. 몇 주 뒤부터는 두통이 사라졌고, 일의 집중력도 회복되었다. 수면앱에서 측정되는 깊은 수면 비율도 꾸준히 상승했다.

양압기 외에도 다음과 같은 생활습관을 바꾸었다.

 

 

수면무호흡증 관리 습관

  • 체중 감량 (과체중이 수면무호흡을 악화시킴)
  • 음주 자제 (특히 잠들기 전 술은 기도 근육 이완 유발)
  • 규칙적인 수면 패턴 유지
  • 취침 전 카페인 섭취 중단
  • 옆으로 자는 습관 들이기 (기도 눌림 최소화)

또한, 비염 치료구강 구조 확인을 병행했다.
기도가 좁아지기 쉬운 구조인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나, 나는 현재 양압기와 생활습관 관리로 잘 유지 중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젊은 사람에게도 생긴다 – 특히 한국인 체형에 흔함

수면무호흡증은 나이든 남성에게 생기는 질환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의사에 따르면 20~40대 젊은 층에서도 흔하게 진단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인의 체형은 기도가 좁고 아래턱이 작은 구조라 해부학적 취약성이 높다.

또한 다음 조건이 하나라도 해당되면 고위험군이다.

 

  • 수면 중 코골이가 심하다
  • 아침에 두통이 잦다
  • 낮 시간에 졸음이 많다
  • 집중력 저하 및 기억력 감퇴
  •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다
  • 자다 깬 뒤 숨이 막힌 적이 있다

 

이 증상들 중 3개 이상 해당된다면, 반드시 수면다원검사를 권유한다.
나는 이미 5가지가 해당되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진작 검사받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수면무호흡증, 무증상으로 더욱 발견하기 힘들다.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한 이유.

 

조용히 건강을 무너뜨리는 ‘수면 질병’의 진짜 무서움

수면무호흡증은 ‘코를 곤다’는 단순한 현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매일 밤 우리 몸이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지는 위기 상황이 있다. 이 산소 부족은 신체의 모든 장기에 악영향을 주고, 자율신경계를 교란시킨다.

수면무호흡증이 오래되면 다음과 같은 합병증 위험이 증가한다:

  • 고혈압
  • 뇌졸중
  • 심부전
  • 제2형 당뇨병
  • 우울증 및 기분장애
  • 기억력 장애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무증상’ 상태로 방치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피곤하고, 멍하고, 무기력하지만 그 원인을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으로 착각한 채 살아간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건강은 ‘증상이 있을 때’가 아니라, ‘조용한 이상 신호’가 시작될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것.

 

수면무호흡증의 궁금증

Q1. 수면무호흡증은 젊은 사람에게도 생기나요?
네. 특히 비만, 비염, 아래턱 구조 등 해부학적 요인이 있는 경우 20~30대도 흔히 진단됩니다.

 

Q2. 수면무호흡증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수면다원검사(1박 2일)를 통해 수면 중 호흡 중단 횟수(AHI),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합니다.

 

Q3. 양압기 사용은 불편하지 않나요?
처음 며칠은 어색하지만, 대부분 사용 1주일 내 적응하고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됩니다.

 

Q4. 방치하면 어떤 위험이 있나요?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뇌졸중, 기억력 감퇴, 우울증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