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멀쩡한데 왜 위 내시경을 받으라고 해?” 친구 말이 시작이었다
나는 평소 위장에 큰 문제가 없었다.
속이 쓰리거나 트림이 많다거나, 헛배가 부르거나 소화가 안 되는 등의 증상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꽤 잘 챙겨 먹는 편이고, 매운 음식도 잘 소화했다.
그런데 작년 이맘때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뜬금없이 내게 말했다.
“너 위 내시경 한 번 받아봤어?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위축성 위염 많대.”
나는 웃으면서 넘겼다. “야, 난 속 멀쩡한데 왜 그런 걸 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자신도 아무 증상 없이 내시경에서 위축성 위염 진단을 받았다며, 건강검진은 몸에 이상이 없어도 ‘기록 차원’에서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이 신경 쓰였는지, 며칠 후 나는 생애 첫 위내시경 예약을 했다. 사실 약간 겁도 났고, 괜히 안 해도 되는 검사를 받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검사 결과, 위축성 위염이라는 생소한 진단명
위내시경은 수면으로 받았기 때문에 고통은 전혀 없었다.
검사 후 회복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의료진이 결과지를 들고 왔다.
담담하게 건넨 한마디.
“경도 위축성 위염이 보입니다.”
정말 뜻밖의 결과였다.
나는 당황했다. "제가요? 속 안 아픈데요? 소화도 잘 되는데요?"
의사는 차분하게 설명해줬다.
“위축성 위염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위 점막이 얇아지면서 만성 염증 상태로 진행되는 병인데,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진행이 되고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어진 말이 더 무서웠다.
“이 위염은 장기적으로 방치되면 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특히 헬리코박터균이 동반되어 있다면 더 그렇죠.”
나는 그때 처음으로 ‘무증상 질병’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라는 걸 실감했다.
내 몸은 말이 없었지만, 조용히 병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위축성 위염이 뭔가요? – 처음 접한 병명에 대한 이해
집에 와서 ‘위축성 위염’을 검색해 보니 이 병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다.
위축성 위염의 주요 특징:
- 위 점막이 만성 염증으로 인해 점점 얇아지는 위장병
- 위산 분비가 줄고, 위장 보호 기능도 약화됨
- 장상피화생(위 점막이 장점막처럼 바뀌는 현상)으로 발전할 수 있음
- 최종적으로는 위암 발생 위험 증가
- 대부분의 환자들이 무증상 또는 가벼운 증상만 느낌
이 병은 일반 위염과 달리, **‘조용히 진행되는 질환’**이었다.
나는 여태까지 위염은 무조건 속이 쓰리거나 통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축성 위염은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거의 없으며, 위 내시경 없이 발견하기 어렵다.
진단 당시 내 상태는 ‘경도’였고, 헬리코박터균은 음성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지금부터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식습관, 약 복용, 추적 검사 일정을 꼼꼼히 설명해 주었다.
진단 이후 내가 바꾼 식습관과 생활 루틴
나는 위축성 위염 진단 후 식습관부터 전면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전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먹고 마셨다. 아래와 같은 루틴이었다.
과거 식습관
- 아침은 거의 거름
- 점심은 매운 음식 또는 튀김 위주
- 커피 하루 3잔 이상
- 야식 자주 섭취 (특히 라면, 치킨 등)
- 식사 시간 불규칙
진단 후 식습관
- 아침엔 죽 또는 부드러운 음식 섭취
- 점심은 자극 없는 한식 위주 (된장국, 생선구이, 나물)
- 커피는 하루 1잔으로 제한 (공복 섭취 절대 금지)
- 야식 금지, 식사 3시간 이후 취침
- 식사 시간 일정하게 유지
식이요법뿐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에도 신경 쓰게 되었다.
위축성 위염은 스트레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위염 관리 루틴
- 식후 10분 걷기 실천
- 11시 이전 취침, 수면 시간 확보
- 식후 복부 압박 피하기 (바로 눕지 않음)
- 하루 물 1.5L 이상 섭취
- 정기 내시경 검진을 1~2년 주기로 조정
이런 루틴을 6개월 이상 유지하니
식사 후 더부룩함이나 가벼운 속 쓰림이 점차 사라졌고, 체중도 건강하게 감량되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위장 상태를 내가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는 ‘먹고 마시는 건 그냥 소화되면 끝’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내 장기를 관리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내 몸이 괜찮다고 해서 진짜 괜찮은 건 아니다"
나는 위축성 위염을 겪고 나서 ‘건강’이라는 단어에 대해 전혀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몸에 아무 증상이 없다고 해서, 몸에 아무 일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것.
무증상 질병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이 착각 때문이다.
내 친구가 아니었다면 나는 위내시경을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속이 편하니 검사를 안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병은 증상을 통해 오지 않았다. 조용히, 아주 천천히 자라고 있었다.
건강검진은 내 몸을 기록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며, 무증상 질병을 조기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30대 이후라면 내시경 검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위염에 관한 궁금증
Q1. 위축성 위염은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기나요?
장기간 위염이 반복된 사람, 식습관이 불규칙하거나 매운 음식, 음주가 많은 사람에게 흔합니다.
Q2. 증상이 없어도 치료해야 하나요?
예. 방치 시 장상피화생이나 위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반드시 관리가 필요합니다.
Q3. 헬리코박터균이 없어도 생기나요?
네. 헬리코박터균은 주요 원인이지만, 식습관, 스트레스, 유전 등 다양한 요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Q4. 위내시경은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위축성 위염 진단자라면 1~2년 주기 검사를 권장합니다.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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