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피곤한 줄로만 알았던 나, 갑상선 질환을 의심하게 된 계기
최근 몇 달간 나는 이유 없이 피로했다. 아침에 눈을 떠도 개운하지 않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무거운 눈꺼풀을 버티기 힘들었다. 주말에도 낮잠을 자는 일이 늘었고, 집중력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요즘 좀 바쁘잖아. 피곤한 건 당연하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지나쳤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동료가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
"너 요즘 왜 이렇게 푸석해 보여? 혹시 건강검진 해봤어?"
사실 나도 요즘 피부가 거칠어지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체중도 조금 늘었고, 무기력한 기분이 계속됐다. 건강검진에서 큰 이상이 나오진 않았지만,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기준선 근처라는 말을 듣고 내과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입니다. 증상이 경미하지만 진행 중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느꼈던 이상한 피곤함이 모두 설명되는 듯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대표적인 ‘무증상 질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갑상선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의 분비량이 부족해지는 상태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 체온 조절, 뇌 기능, 심장 박동 등 다양한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 호르몬이 줄어들면 체내 에너지 생성이 둔화되어 전반적인 피로와 무기력이 찾아온다.
문제는 이 질환이 초기에는 증상이 매우 모호하고 서서히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피로, 우울, 계절성 무기력 등으로 착각하고 넘긴다. 내 경우도 그랬다. 피곤함, 집중력 저하, 체중 증가, 피부 건조, 불규칙한 생리 같은 증상들이 별개의 문제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모두 연결된 하나의 원인이었다.
의사에 따르면, 여성에게 특히 많이 발생하고, 20~40대 젊은 층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출산 후 갑상선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자가면역질환(하시모토 갑상선염)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내가 느꼈던 피로감이 단순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동안 얼마나 내 몸의 신호를 무시해 왔는지 깨달았다.

진단 후 바뀐 생활 습관과 치료 과정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진단되자 의사는 우선 경구약 복용을 시작하자고 했다. 대표적인 약물은 레보티록신(Levothyroxine)으로,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아침 공복에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복용해야 하고, 약 복용 후 30분~1시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한다.
약 복용과 함께 내가 스스로 실천한 변화들도 있다.
우선, 수면 습관 개선이었다. 이전에는 5~6시간 자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최소 7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기 위해 잠들기 1시간 전부터 스마트폰을 멀리했다.
그리고 요오드 섭취를 조절하기 위해 식단을 바꿨다. 해조류는 적당히 섭취하되 과잉섭취는 피했고, 가공식품과 자극적인 음식은 가능한 한 자제했다. 무엇보다 체중 증가가 갑상선 기능 저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주 3~4회 유산소 운동을 실천하며 활동량을 늘렸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몸이 조금씩 달라졌다. 아침에 눈이 잘 떠지고, 업무 집중력도 좋아졌다. 피부톤도 맑아졌고, 우울감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피로가 나의 ‘기분’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의 문제였다는 것에 안도감과 동시에 놀라움을 느꼈다.
‘피곤하다’는 말 뒤에 숨어 있는 무증상 질병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요즘 너무 피곤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고, 내가 겪은 증상들이 질병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몸은 분명히 작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나는 그걸 놓쳤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방치하기 쉽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임, 심장 질환, 고지혈증, 우울증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생리 불순, 생리통 심화, 체중 조절 실패 등으로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절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이제는 친구나 가족 중 누군가 "요즘 너무 피곤해"라고 말하면, 나는 그냥 넘기지 않는다. 특히 피로, 체중 증가, 추위를 많이 느낌,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이 겹친다면 갑상선 검사를 권유한다. 건강은 ‘정상처럼 보이는 상태’가 아니라 ‘정말 정상이 맞는지 점검하는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무리하며: 무기력함은 ‘몸이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
피로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러나 그 피로가 지속되고 원인을 알 수 없다면, 단순히 지나쳐선 안 된다.
나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고, 그 결과 병원에서 듣게 된 진단은 내 삶의 태도를 바꿔놓았다. 무증상 질병은 조용히 다가오지만,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다.
혹시 지금 당신도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하지?"라는 질문을 자주 하고 있다면, 이 글이 작은 힌트가 되었기를 바란다.
건강은 느껴지지 않아도, 검진과 관찰을 통해 충분히 지킬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1.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완치되나요?
경우에 따라 다르며, 대부분은 지속적인 약물 복용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일부는 일시적인 기능 저하 후 정상 회복되기도 합니다.
Q2. 어떤 증상일 때 갑상선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피로감, 체중 증가, 변비, 추위 민감, 생리불순, 우울감 등이 반복될 경우 검사를 권합니다.
Q3. 자가 진단 가능한가요?
증상만으로는 자가 진단이 어렵습니다. TSH(갑상선 자극 호르몬), Free T4 등의 수치를 확인하는 혈액검사가 필요합니다.
Q4. 남성도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걸릴 수 있나요?
네. 남성 발병률은 낮지만, 역시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검진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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