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증상도 없었는데, '고지혈증'이라니?
나는 그날도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고 출근했다. 몸이 무겁지도 않았고, 특별히 피로감도 없었다. 그저 평범한 하루였고, 그렇게 나의 건강도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건강검진은 매년 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유독 귀찮게 느껴졌고 차일피일 미루다 마지못해 예약했다. 특별히 이상이 없을 거라 확신했기에 결과도 대충 보고 넘기려 했다.
하지만 결과를 확인하러 간 병원에서 듣게 된 첫 마디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보다 많이 높습니다. 고지혈증이네요.”
의사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고지혈증이라니? 나는 아프지도 않았고, 특별한 증상도 없었다. 이건 어디가 아프거나 뭔가 몸이 이상할 때만 생기는 질병이 아니었나? 나에게 왜 그런 진단이 나온 걸까? 수치 하나로 병명이 정해지는 것이 이렇게 간단한 일이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고지혈증이라는 말이 왜 낯설게 느껴졌는가?
고지혈증이라는 단어는 내 일상에서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TV 건강 프로그램에서 나이 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할 때나 등장하는 말 정도로만 생각했다. 나는 아직 30대였고, 체중도 과체중은 아니었다. 운동은 자주는 못 하지만 몸이 무거워질 정도로 활동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의사는 고지혈증은 '조용한 질병'이라고 표현했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방치되고, 그 방치가 몇 년을 지나면 결국 심혈관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더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나처럼 젊은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최근 30~40대 환자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했다.
사실 나도 예전에는 ‘수치’라는 개념을 가볍게 생각했었다. 혈압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혈당 수치 모두 단순히 숫자일 뿐이고, 병원에서 정해놓은 기준치가 너무 빡빡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숫자 하나가 내 건강을 얼마나 많이 말해주는지 깨닫게 되었다.

왜 나에게 고지혈증이 생겼을까?
검진 결과를 받은 후 나는 며칠 동안 스스로의 생활 습관을 돌아보았다. 나는 평소에 과식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기름진 음식을 매일 먹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움직이지 않는 생활'이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보내고, 퇴근 후에도 집에서 눕거나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운동은 일주일에 한 번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였고, 유산소나 근력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유전적 요인이었다. 부모님 모두 고지혈증 약을 복용 중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제야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가능성이 있는 유전적 체질을 지니고 있었고, 여기에 활동량이 부족하니 수치는 점점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는 업무 스트레스가 많고, 커피나 단 음료를 자주 마셨다. 물보다 카페인이 많은 음료를 즐겨 마시는 습관도 영향을 줬다고 본다.
의사는 다행히 아직 약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며, 지금부터 식습관 조절과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고 했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고지혈증 진단 이후,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진단을 받은 후 나는 가장 먼저 식단을 바꾸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탄수화물 위주 식사 대신 단백질과 채소 중심 식사로 바꿨고, 점심엔 국물 없는 음식이나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류를 자주 선택했다. 외식 대신 도시락을 준비해 다니는 날도 점점 늘어났다. 음료는 무조건 물 혹은 무가당 차만 마셨고, 습관처럼 마시던 단 커피는 완전히 끊었다.
그리고 운동 습관을 들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30분 빠르게 걷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버거웠지만 2주가 지나니 습관이 되었고, 점점 체중도 줄고 컨디션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는 실감’이었다. 진단 이전에는 늘 ‘바쁘다’, ‘귀찮다’, ‘아직 젊다’는 이유로 건강을 외면했지만, 이제는 내 몸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쓰는 것이 삶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병원에서는 3개월 후에 재검을 받아보자고 했고, 그 사이에 얼마나 수치를 낮출 수 있을지 도전해 보기로 했다. 수치 하나에 너무 예민해질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내 몸속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변화를 알려주는 '사전 경고'임을 절대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
마무리하며: 당신의 몸도 지금 말을 걸고 있을지 모릅니다
고지혈증은 아프지 않기 때문에 무섭다. 나처럼 아무 증상도 없던 사람도 쉽게 고지혈증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꼭 전하고 싶다. 건강검진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내 몸의 수치를 그냥 지나치지 말자.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당신이 느끼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몸속에서는 조용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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