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도 하고 식단도 조절했는데… 왜 수치가 높죠?”
나는 건강을 꽤 신경 쓰는 편이다.
주 4회 이상은 꾸준히 운동을 했고,
식단도 나름 철저하게 관리했다.
기름진 음식은 피했고,
닭가슴살과 현미밥, 샐러드를 주로 먹었다.
그런데 올해 건강검진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 총 콜레스테롤: 245mg/dL (정상은 200 이하)
●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165mg/dL (정상은 130 이하)
● 중성지방: 정상
●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 정상
의사는 말했다.
“운동도 하고 계시고, 체중도 정상이신데 이 정도 수치면
유전성 고지혈증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유전이라고요? 가족 중에 아무도 고지혈증 진단받은 사람이 없는데요?”
하지만 곧 깨달았다.
누군가 진단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유전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유전성 고지혈증이란? – 타고난 콜레스테롤 대사 문제
고지혈증은 혈액 속에 기름 성분인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너무 많은 상태다.
보통은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비만, 과음 등의 이유로 생긴다.
하지만 유전성 고지혈증은 다르다.
부모로부터 콜레스테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유전자를 물려받아 생기는 질환이다.
쉽게 말해, 나는 운동을 열심히 해도, 몸이 콜레스테롤을 분해하거나 배출하지 못하는 체질이었던 것이다.
이건 마치 간 기능이 선천적으로 약한 사람처럼, 나는 콜레스테롤 대사 기능이 태어날 때부터 부족했던 것이다.
특히 LDL(저밀도 지단백, 즉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의사는 덧붙였다.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에게 절반 확률로 유전됩니다.
가족력이 없어 보여도, 대부분 진단을 안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성 고지혈증이 더 위험한 이유 – “증상이 없는데 진행된다”
일반적인 고지혈증도 무서운 병이다.
하지만 유전성 고지혈증은 더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 젊은 나이부터 수치가 높다
- 운동과 식단 조절로도 수치 개선이 어렵다
- 증상이 없는데도, 혈관은 점점 막히고 있다
- 가족 구성원 중 비슷한 수치를 가진 사람이 있다
이 질환은 조용히 진행되며,
심하면 30~40대에 심근경색(심장마비)이 발생하기도 한다.
즉, 아무 증상도 없고, 몸이 멀쩡한데
심장과 혈관은 내부에서 조금씩 망가지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나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고,
운동 능력도 뛰어났기에
이 수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전성 고지혈증은
“지금 괜찮다고 안심할 수 없는 병”이다.
진단 후 내가 바꾼 생활 – 운동만으론 부족하다
운동을 잘하고 있었기에,
의사는 식단 조절 + 약물치료를 함께 권유했다.
“이건 생활습관 문제가 아니라, 체질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운동만으론 LDL 수치를 떨어뜨리기 어렵습니다.”
“약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장기적으로 혈관을 지키는 데 반드시 필요할 수 있어요.”
나는 결국 스타틴 계열의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다음과 같은 식단 전략도 병행했다.
LDL 수치를 낮추기 위해 내가 바꾼 식단
- 포화지방을 줄였다
– 소고기, 돼지고기, 버터, 치즈 → 닭가슴살, 생선으로 대체 - 식이섬유를 늘렸다
– 귀리, 통곡물, 콩류, 생야채 섭취
– 콜레스테롤 흡수를 줄여주는 효과 - 오메가3를 자주 섭취
– 등푸른 생선(고등어, 연어), 들기름 - 가공식품 OUT
– 과자, 햄, 소시지, 마요네즈, 튀김류 최소화 - 일일 총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200mg 이하로 제한
내가 유지한 운동 패턴
- 주 4회, 하루 40분 유산소 운동
→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 주 2회 근력운동으로 기초대사량 유지
유전은 바꿀 수 없어도, 결과는 바꿀 수 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하나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건강은 내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때로는 유전자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하지만 유전이라는 건 단지 출발점이 다를 뿐,
결과는 ‘지속적인 관리’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 콜레스테롤 수치도 안정되었고,
–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으며,
– 식단도 더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다.
내가 받은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내가 선택하는 삶의 방식은 내가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약을 먹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약은 내가 나를 더 오래 지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유전성 고지혈증에 대한 궁금증
Q1. 유전성 고지혈증은 완치되나요?
완치는 어렵지만, 약물과 식단 조절로 충분히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Q2. 약을 평생 먹어야 하나요?
경우에 따라 장기복용이 필요하지만, 꾸준한 관리와 수치 변화에 따라 감량 또는 중단 가능성도 있습니다.
Q3. 가족 중 누가 고지혈증이면 나도 검사해야 하나요?
네, 가족력이 있는 경우 특히 젊을 때부터 콜레스테롤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4. 증상이 없는데도 치료가 필요한가요?
증상이 없더라도 혈액 속 수치가 높으면 이미 혈관 손상이 시작됐을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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